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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2007-시각 2007겨울호(통권42호)

인천의 공공미술프로젝트 현장을 가다_5

마음의 지도 2007인천
강미복/리포터


얼마전 동료의 월급이 나보다 많으면 불행하다 라는 한 설문조사가 실린 우울한 인터넷 기사를 읽었다. 자신의 행복조차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고 남들과 상대평가 해야하는 현대인의 모습. 어쩌면 나의 모습은 아니었나 한없이 쓸쓸해지던 찰나. 먼지처럼 소소한 일상과 추억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준 작은 만남을 가졌다.

‘500’

무려 500여명의 인천 시민들이 참여했다는 공공미술 프로젝트 <마음의 지도>.
<마음의 지도>는 도시 곳곳에 숨어있는 소중한 장소와 기억들을 들춰내 사람들 간에 보이지 않는 연결 고리를 만들겠다는 취지의 참여미술 프로젝트였다.
기획자이자 작가인 홍보람씨와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된 Busy Bee Works 를 통해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는데, 크게 두 개의 재밌는 작업으로 구성돼 있었다.
우선 커다란 종이를 바닥에 펼쳐놓고 한가운데 지금 여기를 표시하면 시민들이 신발을 벗고 종인 안으로 들어가 자신들이 지금 어떻게, 여기 오게 됐는지를, 물리적 경로뿐 아니라 심리적 경로까지 표현의 제약없이 그리는 <커다란 마음의 지도>.
지난 (2007년) 7월부터 시작돼 11월까지 인천의 명소인 자유공원과 월미도, 인하대 등지에서 인천 시민들의 참여가 이뤄졌다.
두 번째는, 자신의 인생에 있어 가장 소중한 장소까지 가는 길을 그리면 작가가 이 지도를 들고 직접 찾아가 그곳에서 만난 사람에게 누군가 이 장소를 소중히 여기고 있다는 마음을 전하는 <내게 가장 소중한 장소>. 작가는 개개인이 그려준 지도에 따라 도서관, 동네빵집, 공원의 나무 등을 찾아가 사진을 찍고 그 흔적을 담은 작은 책자를 펴낸 다음 참가자 전원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낯선 곳에서 길을 잃은 개인적인 경험이 모티브가 돼 장소가 사람들에게 어떻게 의미가 되는지 다시한번 생각해보면 됐다는 작가 홍보람씨.
시민들이 그려준 <커다란 지도>와 <내게 가장 소중한 장소>에 대한 책자, 그리고 지금까지 거쳐간 모든 과정들을 사진과 영상 등을 다양한 방법으로 펼쳐놓는 전시회를 12월 8일부터 15일까지 한중문화관에서 준비중이었다.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모든 시민들을 초대했다는데, 그렇다면 전시회 8일동안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장소라는 인연으로 인해 만나게 되는 흥미진진한 풍경이 연출될 것이다.

당신의 소중한 장소는 안녕하십니까?

홍대와 대학로에 이어 <마음의 지도>가 세 번째로 찾은 도시 인천은 작가의 요청에 흔쾌히 응해주는 친절하고 따뜻한 도시였다고 한다. <커다란 마음의 지도>를 그릴 땐 온가족이 함께 모여 상의하며 그리는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여줬고 <내게 가장 소중한 장소>에 찾아갔을 땐, 한 도서관 사서가 자신에게 매일매일 지루한 일상의 장소가 누군가에겐 소중한 장소가 될 수 있음을 감격해하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고 한다.

개발이 미덕인 시대.

우리의 소중한 장소가 예전 모습 그대로 남아있긴 쉽지 않지만 장소에 대한 우리의 기억은 머울러있고, 기억이란 본디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 아닌가.
그 특권을 함께 공유하며 즐길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이 살짝, 아쉽기만 하다.

미술아, 고마워

작가는 현대 미술의 역할을 한가지로 단언할 수 없지만, 우리가 너무 익숙해져서 또는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따를 수 밖에 없는 것들에 대해 계속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지금도 끊임없이 나를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는 지금 여기! 에 우연인 듯 필연인 듯 모이는 사람들-
그리고 매일매일 누군가의 소중한 장소를 수도 없이 지나치며 살고 있는 우리들-
이것들의 의미를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하는 <마음의 지도>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에 대해 관객 스스로 참여해서 몸으로 느끼게 해주는 진정 내공있는 미술을 아닐까.

우리는 모두 연결돼 있다

한때 케빈베이컨 게임이 화제였다. 헐리우드 배우인 케빈베이컨과 다른 배우들이 몇 단계만에 연결될 수 있는지를 찾는 게임이었는데, 놀라운 점은 6단계 안에서 모든 배우들이 연결된다는 사실. 여기서 여섯단계만 건너면 지구 위 모든 사람들이 연결된다는 이론이 나왔었다.
하지만 우리는 <마음의 지도>를 통해 6단계를 거치지 않고도 우리 모두가 하나의 <공간>으로 연결돼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2007년 인천에서 500명의 마음을 하나로 연결한 <마음의 지도>. 다음 행선지는 또 어딜지 무척이나 궁금해진다.
누군가가 끊임없이 관계 맺고 싶어하지만 늘 외로울 수 밖에 없는 도시인에게 당연한 바람이 아닐까.


am2:24.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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