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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2008 -01 전파



전파지/ Culture Wave
아름다운 소통 ; 글: 윤진아(자유기고가) 사진: 김선재

마음과 마음 잇는 '길 찾기' 프로젝트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문화 놀이터, 비지비웍스

비지비웍스는 2005년 홍보람(31세)씨가 처음 만들었다. 서울대 대학원 판화과에서 석사과정을 밟던 홍보람 씨는 핀란드 헬싱키 미술디자인 대학에 교환학생으로 가게 되면서,어느날 갑자기 낯선 곳의 길을 처음부터 배우는 경험을 하게 된다.
" 헬싱키는 아주 작은 도시였는데도 지도 없이는 불안해서 집 밖에 나설 엄두조차 나질 않았죠. 그러다 차츰 시간이 지나면서 그 곳에 익숙해지기 시작했고, 나의 기억이 쌓여가고 다른 사람들과의 이야기가 쌓이면서 마음속에도 차츰 이곳에 대한 지도가 생기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홍 씨가 생각하는 지도는 일반적으로 우리가 보는 인쇄된 지도에서는 담아낼 수 없는 한 장소에 대한 기억, 냄새, 그리고
작은 움직임까지 모두 떠올릴 수 있는 감성적인 지도를 의미한다. 홍 시는 이를 '길 찾기'라는 그림이야기 퍼포먼스를 수단으로 설명하고 있다.
" 마음속의 지도가 어떻게 생기는지 생각이 정리되고 나서 다른 많은 사람들도 마음속에 나름의 지도를 가지고 있겠다는데 생각이 미쳤죠. 그 지도를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펼쳐보일 수 있다면 어떨까 상상하게 됐고, 그것이 바로 '커다란 마음의 지도'와 아이디어가 됐습니다. "

길을 잃다가 발견한 마음속의 지도

커다란 종이를 바닥에 깔고 그 한가운데에 '지금,여기'를 표시한다. 사람들은 '지금,여기'까지 자신이 어떻게 왔는지 마음속의 지도를 거슬러 올라가 삶의 이상을 떠올려보기도 하고, 커다란 종이에 올라가 자신이 지금 여기까지 온 실제 길(도로)을 그리기도 한다. 각기 다른 사람들이 각기 다른 여정을 통해 지금 여기에 왔다는 것을 공유하는 것이다. 사실적인 지도, 해야 할 일들을 체크한 지도, 인생의 사진을 그린 지도 등 다양한 지도들이 '지금,여기'로 모이게 된다. 그리고 이 지도를 어떤 길을 어떻게 걸어왔든 우리가 지금 여기에 함께 있다는 사실과 언젠가는 또 서로 다른 길로 흩어지겠지만 변함없이 공존하고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당신이 이 글을 읽고 있는 곳도 바로 '지금,여기' 이니까 말이다.

함께 만들어나가며 소통하는 공동예술

비지비웍스는 '커다란 마음의 지도'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지금,여기'에서 출발해 가장 소중하고 의미 있는 장소까지 찾아갈 수 있도록 지도를 기려달라고 부탁하고 그 장소에 담긴 개인적인 추억을 전해들은 다음, 그 지도를 보고 그곳을 찾아가 거기서 만나는 사람에게 "누군가 이 장소를 이런 이유로 소중히 여기고 있으며, 이 장소를 가꾸어 주어 감사하다.'라고 말한다. 한 장소를 소중하게 여기는 두 사람 사이에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를 만드는 것이다.
" 어머니가 참 맛있는 집이라며 즐겨 찾으셨던 식당에 한 번도 같이 가 드리질 못했는데,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뒤 그 식당 지도를 그리고는 '주인아주머니께 꼭 고맙다고 전해달라'며 끝내 울음을 터트린분이 계셨죠. 이야기를 듣다가 저도 따라 울었고요."
그러나 소중한 마음을 전하러 힘들게 길을 찾아갔지만 정작 받아들이는 분들이 거부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다들 너무 바쁘고 마음의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거 돈 내는 거 아녜요?' 라든가 '왜 귀찮게 하느냐!'라며 화부터 내는 사람도 많다. 일분일초도 타인에게 뺏기고 싶지 않은 현대인의 마음을 어느 정도 이해는 하지만, 그럴 땐 주저앉아 포기하고 싶어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전해달라고 했던 마음을 전해드리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마음에 다시 일어나 지금, 여기까지 왔다.
" 한 아주머니께서는 자신이 결혼식을 올렸던 동네 예식장을 그려주셨어요. 그분에게는 그 어느 곳보다 의미있는 장소인데 세월이 흐르면서 흔적조차 사라져버려서 그 근처를 지날 때마다 그립고 아쉬운 마음이 든다고 하셨지요. 그분의 마음을 전하러 옛날 예식장이 있던 장소를 찾았습니다. 새로 들어선 건물 앞에서 노점상을 하고 계신 아저씨를 만나 아주머니의 그림과 사연을 전해드렸더니
"나도 옛날에 친구들 결혼식 때문에 거기 참 많이 갔었는데, 그러고 보니 언제 없어져버렸는지 모르겠네"라며 한참동안 옛날이야기를 들려주시더라고요. 비록 없어진 장소라고 할지라도 이렇게 함께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게 얼마나 가슴뭉클하게 소중한 일인지를,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

소중한 기억으로 연결고리를 만든다.

비지비웍스는 인천문화재단의 후원으로 지난 12월 인천시 한중문화관에서 '마음의 지도' 전시회를 열었다. 참여자들이 그린 소중한 장소를 지도를 보고 찾아가 그곳에서 만난 사람에게 참여자들의 소중한 마음을 전해주고 함께 사진도 찍었는데, 이러한 연결고리들을 통해 이어진 사람들이 전시회를 계기로 한자리에 모여 사진도 다시 보고, 지도책도 보고, 커다란 지도도 함께 그렸다. 참여한 모든 사람들에게는 지도모음책 <마음의 지도 2007> 을 선물로 했다.
비지비웍스의 홈페이지를 만든 웹 당당 노민선(23세) 씨는 '소중한 장소'와 관련된 사진들을 웹페이지에 올릴 때마다 가슴이 찡하다.
" 얼마 전엔 우연히 저와 같은 학교의 한 학생이 군대에 갔다가 이러저러한 이유로 영창에 가게 되면서 "너무너무 학교에 가고 싶다"라고 기록한 사연을 보고, 언제 어디선가 학교안에서 우연히 마주치기도 했을 친구일 텐데 지금은 이렇게 멀리 떨어진 다른 장소에 있구나, 라는 생각에 향연하기 힘든 기분을 느꼈어요."
양현진(26세) 씨는 인천 구치소에서 진행했던 프로젝트를 가장 잊지 못할 경험으로 꼽았다. "참여해주신 수용자분들께 가장 소중한 기억이나 장소를 그려달라고 부탁했더니, 대부분 다시 돌아가고 싶은 곳을 그리셨더군요. 다들 몹시 쑥스러워하며 그리셨지만 나중에 디자인 작업 하면서 찬찬히 살펴보니 투박하지만 정말 따뜻하고 특별한 작품들이더라고요."
자원활동가로 프로젝트에 참가한 유광식(32세) 씨는 "한 사람의 감성적인 생각 하나가 이렇게 체계적인 유기체를 만들고, 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복합적인 문화를 창조해 나가고 있다는 데 매순간 깊은 감명을 받아요."라며 "문화산업이 정치보다도 훨신 효과적으로 사람을 소통시키고 이끌어갈 수 있다는 걸 똑똑히 체감한 만큼, 앞으로도 쭉 마음의 지도 프로젝트를 지속해 나갈 생각입니다."라고 선포했다.

지금, 여기에서 길 찾기

지난 여름 뜨겁게 작업했던 홍대 앞 거리에서 비지비웍스 회원들이 오랜만에 다시 뭉쳤다. 계절이 두 번이나 바뀌었지만, 그때의 땀방울과 열기 하나하나가 마치 어제의 일인 양 고스란히 느껴진다. 전시회가 끝난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았지만 찬찬히 숨을 고르고 다시 길을 찾아나설 준비를 한다. 비지비웍스 회원들은 '지금,여기' 까지의 여정을 되돌아보고 나서 커다란 지도를 함께 그리며 앞으로 또 나아갈 길을 찾고 있는 중이다.


비영리 문화 프로젝트 모임 '비지비웍스(busy bee works)는 바쁜 벌처럼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예술가들이 모여 시민들과 함께 길 찾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14명의 자원활동가가 기획팀, 기록팀, 디자인팀 3개의 팀으로 나뉘어 서로를 연결하면서 '무리'를 만드는 재미있는 작업들을 해나가고 있는데 지난해 작업에만 500여 명의 일반인이 참여해 '커다란 마음의 지도'를 완성했다.


pm5:05.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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