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대학원 판화과에서 석사과정을 밟던 2002년에 저(홍보람)는 핀란드 헬싱키 미술디자인 대학(UIAH)

으로 교환학생을 가게 되었습니다. 어느날 갑자기 낯선 곳의 길을 처음부터 배우는 경험을 하게 된 것입니다.

헬싱키는 아주 작은 도시였지만, 지도 없이는 불안해서 집 밖을 나설 엄두조차 나질 않았습니다. 이쯤되니

처음 2개월 정도는 마치 팔 다리가 없어진 것처럼 무능한 제 자신에게 화가 날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차츰

시간이 지나면서 이 곳이 익숙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나의 기억이 쌓여가고 다른 사람들과의 이야기가 쌓이면서

차츰 마음 속에 이 곳에 대한 지도가 생기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지도라는 개념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보는 인쇄된 지도보다는 이것에서 담아낼 수 없는

한 장소에 대한 기억, 냄새, 그리고 작은 움직임과 같은 것 들 까지도 모두 떠올릴 수 있는 감성적인 지도를

의미합니다. 저는 이러한 컨셉을 '길찾기' 라는 그림이야기 퍼포먼스를 수단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길찾기 작업은 마음의 지도의 첫 번째 단계라 할 수 있습니다.

 

 

 마음 속의 지도가 어떻게 생기는지 생각이 정리되고 나서 여러사람들이 마음 속에 나름의 지도를

가지고 있겠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 지도를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펼쳐보일 수 있다면 어떨까

상상하게 되었고 그것이 바로 커다란 마음의 지도의 아이디어가 되었습니다.

 

 커다란 종이를 바닥에 깔고 그 한가운데 '지금 여기'를 표시 합니다. 사람들은 '지금 여기' 까지

자신이 어떻게 왔는지 마음 속의 지도를 거슬러 올라가 떠올려 보기도 하고 커다란 종이에 올라가 자신이

'지금 여기'까지 온 길을 그리기도 합니다. 사실적인 지도, 해야할 일 들을 체크한 지도, 자신의 일생의 사건을

그린 지도 등, 다양한 지도 들이 '지금 여기'로 모이게 되지요.

 

 이 지도는 어떤 길을 어떻게 걸어왔든 우리가 '지금 여기'에 함께 있다는 사실과,

'지금 여기' 함께 있는 사람들이 서로 다른 길로 또 다시 흩어지겠지만 동 떨어진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당신이 이 글을 읽고 있는 곳도 바로 '지금 여기' 가 아닙니까?

 

 

 

 

 

 

 

 

 ◀ 커다란 마음의 지도
 (후쿠오카 아시안 아트 뮤지움)

 

 

 커다란 마음의 지도에서 모두의 이야기를 한 곳으로 모으면서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의 지도에 대해

흥미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제 경우엔 제게 의미있는 장소나 소중한 장소를 떠올릴 때면 그 곳에 직접 가지 않아도

그 장소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을 느끼곤 합니다. 여러 사람들이 이런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종종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사람의 소중하고 의미있는 장소를 같이 나눈다는 것은 서로 잘 알지 못하던 사람들이 서로 관심을

갖게 되고, 서로를 이해하는 마음을 갖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사람들에게 가장 소중하고

의미있는 장소까지 지금 여기에서 찾아 갈 수 있도록 지도를 부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사람들로부터

그 곳에 담긴 개인적인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지도를 보고 그 곳에 찾아가 그 곳에서 만나는 사람에게

누군가 이 장소를 이런 이유로 소중히 여기고 있으며 이 장소를 가꾸어 주어 감사하다고 말했습니다.

 한 장소를 소중하게 여기고 있는 두 사람 사이에 보이지 않는 연결 고리를 만드는 것이죠.

 

  이것이 '내게 가장 소중한 장소'의 내용이며 진행되는 방법입니다.

 

 

 

 

 

 

 

 

 

 

 

◀ 관객이 그린
    소중한 장소까지 가는 지도.
    (후쿠오카, 일본)